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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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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지키 타마키 x 하도 네지레
“남자는 좀 더 듬직해야 하지 않아?”
“아마지키군은 좀...”
하도 네지레는 여자 친구들의 아마지키에 대한 평가에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마지키군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건 나니까,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 인 거야.
[타마네지] 요정
0v0 지음
기숙사는 할로윈 파티가 한창이었다. 하도는 평소보다 두 배 쯤 들뜬 모습으로 복도를 종종 뛰어다녔다, 토오가타도 설레는 표정으로 할로윈을 즐기는 아이들을 구경했지만, 아마지키만은 어두운 표정이었다.
“애들 재밌는 거 한다~ 우리도 하자~! 호박 파기 어때? 호박을 제일 반짝반짝하게 파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호박이 반짝반짝한 건 어떻게 파면 될까!”
“...그냥 조용히 호박파이나 먹자.”
하도와 토오가타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아마지키가 사람이 많은 곳에서 기죽어 있는 건 흔한 일이지만, 요즘은 뭐랄까, 조금 더 묵직하게 어두운 느낌이었다. 하도는 한 삼 초 쯤, 곰곰이 생각하다가 아마지키의 어께를 두드리며 말했다.
“있지, 아마지키군! 우리한테 못 하는 말이 있지? 오늘이 적격이야, 할로윈 이니까! 특별한 날이야, 특별한 말을 해도 된다구.”
“...미안, 할 수 있는 얘기는 없어...”
“혹시, 우리 앞이라 말 못 하는 거야? 응? 가끔은, 너무 가까운 사이어서 할 수 없는 말이 있대. 그러면, 모르는 사람 앞에서 말 해봐. 응? 전철 역 앞에서 외쳐보는 거야, 어떨까? 어때?”
아마지키는 대답없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상상만 해도 온 몸이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할 수 있겠어,
하도씨를 좋아한다는 말을...!‘
“모, 못해. 절대로!”
아마지키는 그에겐 드물게, 단호히 거절했지만, 하도는 굴하지 않고 아마지키의 팔을 콕콕 찌르며 말했다.
“아니야, 저번에, 사람들을 감자라고 생각해도 말을 못 했잖아, 그치? 그런데 이번에는, 호박이라고 생각 해 봐!”
“그건 별로 다르지 않아...”
“아냐! 할로윈의 호박들은 왠지, 아마지키 군이랑 닮았는걸.”
하도는 복도에 누군가 전시해둔 잭 오 랜턴을 집어 들었다. 빛이 나는 호박이었다.
“이 호박, 꼭 태양을 먹은 것 같아. 선 이터의 친구야,”
하도 다운 발상이었다. 아마지키군은 묘한 표정으로 하도가 들고 있는 잭 오 랜턴을 쳐다보았다. 귀여운 표정으로 파낸 호박 안에서 누군가의 개성으로 만든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하아...”
그래서, 아마지키는 지금 기숙사 뒤뜰의 호박을 잔뜩 쌓아둔 곳에 왔다. 이유는 단순했다. 사람은 아니지만, 호박 앞에서 연습 해 보면 되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논리였지만, 사랑은 사람을 단순하게 만든다. 아마지키는 하도의 단순한 논리를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뿐이다. 어스름한 저녁, 아마지키는 배에 힘을 꾹 주었다.
“나는, 하도 씨를...”
입술을 꾹 다물었다. 말할 수 없었다. 아마지키는 결국 주저앉아서 발치의 호박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정말.. 이런 것도 부끄러워하면, 좋아하는 마음은 어떻게 전할 건데.”
파삭-
그 때, 뒤에서 바람이 불어 낙엽이 흩날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흔한 낙엽 소리가 아니었다. 이 익숙한 바람의 움직임, 온도, 습도...
“...하도씨?”
하도의 파동으로 움직이는 바람이었다. 아마지키가 뒤돌아보자 손에 호박을 들고 얼굴을 가린 하도가 보였다. 설마, 들었나?
“나, 나는 호박이야!”
“호박은 말 안 해...!”
들은 게 분명하다. 최악이다, 이런 고백이라니.
“...미안해, 기분 나쁘지, 내가 좋아한다고 하면... 누구라도 기분 나쁠 거야. 그냥, 잊어줘...”
“어어?”
아마지키는 잽싸게 도망가려 했으나 하도의 파동이 더 빨랐다. 하도는 순식간에 아마지키의 앞에 섰고 하늘이 어두운 탓에 낯빛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긴장한 표정이라는 건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아마지키군, 아직 내 대답 못 들었잖아!”
“그...렇지만, 하도씨가 나 같은 걸 좋아할 리가 없잖아!”
“좋아해!!!”
휘잉. 하도의 외침과 함께 바람이 불었다. 하도의 머리 위에 낙엽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하도는 아마지키의 양 볼을 꼭 잡고 말했다.
“좋아해, 힘들어 하면서 열심히 하는 아마지키군이 좋아.
내 말 잘 들어주는 섬세한 아마지키군도 좋아해!
아마지키군은 항상, 어둠 속에 있다고 하지만,
그래서 노력하는 아마지키군은, 더 반짝반짝 하다구!”
“...고, 고마워...”
하도의 고백은 순식간이었다. 잠깐 폭풍이 불었다가 지나간 것 같았다. 아마지키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하도의 손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벌벌 떨고 있었다. 하도는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있지, 난 받아줄 준비 되어 있어, 그러니까, 좀 더 제대로 고백을 해 줘, 아마지키군!”
“어? 그, 그게...”
아마지키는 문화제 때의 하도를 떠올렸다. 요정처럼 날아다니던 그 모습.“
“하도 상은... 요정 같다고, 문화제 때 생각했지만... 사실, 평소에도 언제나 요정처럼 반짝이고 있어. 그에 비해 나는 음침하지만...”
“나, 나도... 요정이 될게. 잭 오 랜턴의.... 요정!”
***
“푸핫, 그게 고백이라고?”
“왜? 귀엽잖아! 아마지키군 답게, 솔직하게 말 해줘서 난 기뻤어.”
하도의 고백 에피소드를 들은 친구들은 역시나 남자답지 못하다며 웃었지만, 하도는 남 몰래 싱긋 웃으며 생각했다.
’내 말을 잘 들어주는 거,
언제나 멋진 히어로인 거.
그것 보다 더 듬직할 수가 있나?‘
아마지키의 멋지고 듬직한 모습은 혼자만 알고 있자고 생각하는 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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