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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마녀 이야기
플
바쿠고 카츠키 x 우라라카 오챠코
어두운 새벽, 고요한 시간에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읽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옛날 옛적에, 숲 속 깊은 마을에 한 마녀가 살았어. 그 마녀의 이름은 우라라카 오챠코!
마녀라 하면 사악하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겠지만 이 마녀는 달랐어. 오히려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 사이에 어울려 살았지! 평범한 사람처럼 장을 보고, 일도 하고, 대화도 하며 말이야.
하지만 마녀는 사람들이 자신을 사악하게 볼까 봐 마을과 떨어진 곳에 살았어. 조금 더 숲 속에 들어가 있고, 마을까지 가려면 거리가 있는 편이지.
그래도 마녀는 그런 자신의 집에 불평하지 않았어.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 만으로도 무척 좋아했거든!
그렇게 사람들과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그 때... 한 밤중에 마녀의 집 문을 누군가 두드렸어.
똑... 똑... 똑... 사람이라기엔 약하고 느린 소리였지. 마녀는 겁에 질려선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빗자루를 양 손에 쥐고 문을 천천히 열었어.
끼이익- 문이 천천히 열렸고, 마녀의 눈 앞엔 어두운 숲만 보였어. 당황한 마녀는 자신의 다리 쪽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를 들었어.
마녀는 깜짝 놀라선 아래를 쳐다보았고 마녀의 발 앞에는 작은 강아지가 있었어. 사람들이 놓은 덫에 걸린 건지 뒷다리가 피범벅이 되어선 말이야.
"멍멍아 괜찮아!?"
마녀의 걱정스런 물음에 강아지는 작게 짖었어. 마녀는 강아지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어 자신의 집 안으로 들어갔고, 서랍에서 한 약초를 꺼내 즙을 짜기 시작했어. 아차, 한 가지 더 설명하자면 마녀는 사람들에게 약초를 팔며 돈을 벌어왔어. 엄연히 말하자면 약사인 거지.
약을 바른 후 고통이 잦아들었는지 강아지는 서서히 잠에 들었어. 강아지를 폭신한 담요 위에 눕혀준 뒤 마녀도 잠을 청했지.
"야, 야! 아줌마! 일어나봐!!"
"으음... 이게 무슨 소리야..."
깊은 잠에 빠져있던 마녀에게 누군가 소리쳤고, 마녀는 비몽사몽하게 일어났어.
"배고프니까 밥 줘!"
마녀를 깨운 사람은 8살 정도로 보이는 작은 아이. 정신이 든 마녀는 그 아이를 보곤 크게 소리 질렀어.
"꺄악!! 너, 넌 누구야!? 여긴 어떻게 온 거야?"
"누구냐니... 어제 네가 날 치료해 줬잖아!"
그 말을 들은 마녀는 어제의 기억을 천천히 더듬었고, 잠에 들기 전 한 강아지를 치료해줬던 기억을 떠올렸어. 오른 다리에 감겨있는 붕대, 뾰족뾰족한 머리 사이로 솓아있는 귀, 목에 걸려있는 붉은 목줄까지. 어제의 그 강아지와 닮아있었지.
"네, 네가 어제 그 멍멍이...?"
"멍멍이라니! 난 고귀한 늑대인간이야!"
늑대...인간? 아이의 말을 들은 마녀는 동그란 눈을 천천히 꿈뻑였어. 늑대인간은 살면서 보기 힘들 뿐더러 사람이 사는 마을에는 더욱 내려오지 않았거든. 늑대인간의 털가죽을 탐내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말이야.
"늑대인간이 여긴 어쩐 일로...?"
"엄마 아빠가 사라졌어. 나라도 살아남으라는 말을 남기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니까! 참나, 그게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어쩌다가 이곳에 마녀가 산다는 소문을 들어서... 너라면 우리 엄마 아빠를 찾아줄 수 있을 테니까!"
아이의 말을 들은 마녀는 아이의 부모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렸겠지. 하지만 마녀에겐 아이의 부모님을 찾아줄 수 있는 힘이 없었어. 아직 성년 마녀도 아닐 뿐더러, 마녀는 다른 동급생들보다 현저히 낮은 능력에 학교에서 쫒겨나 이곳에 온 것이였거든.
"음, 미안한데... 아직 나에겐 너의 부모님을 찾아줄 능력이 없어. 그 정도의 마법을 사용하기엔 난 아직 성년이 되지도 않았고, 나는... 마법을 잘 다루지 못하거든."
마녀의 말을 들은 아이의 표정엔 실망함이 자리 잡았어. 여기만 오면 될 줄 알았는데, 다 끝난 줄 알았는데...
"그 대신에, 부모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나랑 같이 지내지 않을래?"
아이의 눈은 동그래졌어.
"하아? 너랑? 으..."
"내가 뭐 어떻다고 그런 표정을 지어!! 나 이래 봬도 요리도 엄청 잘하고, 어제 봤지? 네가 다치면 내가 언제든 치료해 줄 수 있어!"
마녀의 설득에 아이는 마음이 조금 흔들렸는지 마녀의 제안을 수락하였어.
"그나저나, 너 이름은 뭐야?"
"나? 바쿠고 카츠키!!"
"바쿠고 군! 멋진 이름이네."
"그치!? 네 놈은 이름이 뭔데?"
"우라라카 오챠코."
"웩. 유치해."
"뭐!? 우리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야!"
"헹, 내가 지어도 그것보단 낫겠다!"
"참나... 어디 한 번 해보시던지."
"음... 동글이!"
"...뭐?"
"동글이! 얼굴도 동글, 이름도 동글, 뱃살ㄷ!!!"
순식간에 마녀에게 제압 된 아이였어. 아이의 머리엔 어느새 혹이 하나 생겨있었고, 가볍게 통성명을 끝낸 둘은 저녁을 먹기 위해 시장을 가기로 했어.
"바쿠고 군, 혹시 그 귀는 못 숨기는 거야?"
마녀는 아이의 머리에 있는 늑대 귀를 가리키며 말했어.
"아? 이거? 모른다!!"
당당한 아이의 태도에 황당해진 마녀는 귀는 손수건으로 감싸서, 꼬리는 자신이 어릴 적 입던 초록색 겉옷으로 가렸어.
"어머, 이 아인 누구야? 참 귀엽게도 생겼네~"
"우라라카 씨 동생이 있었던가요?"
"혹시 아들이야!?"
갑작스런 아이의 등장에 마을 사람들은 여러가지 질문을 던졌어. 그럴 때마다 곤란한 건 마녀였지만.
아이는 처음 와보는 마을에 신이 나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어.
"바쿠고 군! 그러다가 길 잃으면 어떡해, 자."
자신의 손을 잡으라는 듯 내미는 마녀에 아이는 마녀의 손을 덥석 잡고는 동글아, 저기도 가보자! 라는 말과 함께 빠른 속도로 뛰어갔어.
"흐아... 육아가 이렇게 힘든 거였구나..."
장을 다 보고 나서 집에 도착한 마녀는 힘이 다 빠져선 침대에 드러누웠어.
아이는 아직 쌩쌩한지 집안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있지만.
"동글이, 이건 뭐야?"
"응? 뭐가?"
아이가 한 물약을 손에 쥐고 뚜껑을 열며 말했어. 그 모습을 본 마녀는 깜짝 놀라 아이의 손에 있는 물약을 쳐냈고 물약은 바닥에 떨어져 와장창 소리를 내며 깨졌어. 아이는 놀란 나머지 몸이 굳어 그대로 서있었고 마녀는 거친 숨만 내뱉었어.
"...앞으로 물약은 건들지 마, 바쿠고 군."
마녀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거친 숨을 진정 시킨 마녀는 금세 미소를 되찾아 밝은 표정을 지었어. 눈은 어딘가 슬퍼 보이는 상태로.
"밥, 밥 먹어야지. 거기 앉아있어, 금방 해줄게."
그런 마녀의 표정을 눈치챈 아이였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어.
밤이 되었고, 조금은 서먹한 공기를 지닌 채 둘은 잠을 청했어. 마녀는 아까 일이 마음에 걸리는지 무거운 목소리로 잘 자라는 밤인사를 건내고 잠자리에 누웠어.
그렇게 10분이 흘렀을까, 아이가 입을 열었어.
"동글이... 나 추워."
"응? 많이 추워?"
"...응. 항상 엄마 품에서 잤으니까..."
그 말을 들은 마녀는 가슴이 뭉클해졌어. 아이의 활발한 성격에 잠시 잊어버렸지만 이 아이는 부모 잃은 아이였단 걸.
"그럼 오늘은 나랑 같이 잘까?"
"엑, 동글이랑?"
"뭐야, 싫어!?"
"뭐... 네 뱃살이라면 따뜻할 거 같긴 하다만..."
"이 꼬맹이가 진짜... 그냥 계속 춥게 자던지!"
신나게 마녀를 놀리던 아이는 마녀의 말에 티는 내지 않지만 실망했는지 입술을 작게 내밀었어.
"푸핫. 장난이야, 빨리 와."
마녀는 자신이 덮고 있던 이불을 살포시 들어 오라는 듯 손짓했어. 아이는 곧바로 마녀의 품 안에 들어갔지. 어린 아이는 어린 아이인지, 품에 들어오고도 남을 만큼 체구가 작았어.
그렇게 잠을 청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어.
"...아까... 그 물약, 뭔지 물어봐도 돼?"
"물약? 음... 안 돼-"
"왜!?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거지! 어마무시한 힘을 가지게 된다던가...!!"
"그런 거 아냐!"
"그럼 왜 안 알려주는데?"
"그건, ...바쿠고 군이 내 나이가 된다면. 그 때 알려줄게."
"네가 몇 살인지 알아야지..."
"열 일곱."
"뭐야, 늙었어."
"뭐!? 아직 꽃다운 열 일곱 살이거든!"
"켁, 나랑 9살이나 차이나는데?
"...바쿠고 군이 어린 거야."
"쨌든, 약속이다?"
"응, 약속!"
"어~이. 동글이."
"으휴, 진짜. 밖에선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널 어떻게 부르든 내 자유다."
"허... 나이 먹더니 건방져 졌어? 어릴 때 그 귀엽던 강아지는 어디갔나~"
"그니까, 강아지 아니고 늑대라고!!"
"나한텐 귀여운 강아지였어."
어느덧 세월이 훌쩍 흐르고 각각 스물여섯, 열 일곱이 된 둘은 여전히 평범한 나날을 보냈어.
"아니~ 그래서 그 물약에 대해선 언제 말해줄 거냐니까? 나 이제 열 일곱이라고."
"아직 안 돼, 그 약속을 한 날 쌀쌀한 늦가을 즈음인 거 기억하지? 딱 9년이 지나고 알려줄 거야."
"참나... 더럽게 깐깐해요, 동글이 주제에."
가끔은 투닥 거리기도 하면서.
"생각해 보니까, 우리 처음 만난 날 이후로 늑대화 한 바쿠고 군은 본 적이 없네."
"아? 갑자기 그 얘기는 왜 나오는 거야. ...그렇게 치면 너도 마녀면서 마법 쓰는 거 한 번도 보여준 적 없잖아."
"무슨, 항상 물약 만들 때 마법 쓰거든!?"
"그게 무슨 마법이냐? 그건 나도 할 수 있겠다."
"진짜 어이없어... 이거 엄~청 어려워!!"
"뭐래. 내 늑대 모습 보고 싶냐?"
"응응! 그 작은 아이 말고, 더 자란 늑대 모습도 궁금해."
"나도 성년이 되면 보여주마."
"헐... 진짜 어이없어..."
"바쿠고 군, 내일부터 마을 축제 준비를 할 거래. 도울 거지?
"축제는 망할 축제. 그거 좀 그만 하면 안 돼냐?"
"스읍- 안 돼요. 아무튼 내일 아침 일찍 마을로 내려갈 거니까 그렇게 알아."
그렇게 다음날 마녀와 소년은 마을로 내려갔고 마을은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어.
축제 준비를 도운 지 얼마나 지났을까,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고 마을 사람들도 하나둘씩 흩어지고 있었지.
이렇게 하루 이틀, 몇 주가 지나고 잔치 전 날이 되었어.
"야, 동글이. 이거 받아."
"어? 이게 뭐야?"
소년이 마녀에게 던져준 상자 안에는 예쁘장한 원피스가 한 벌 들어있었어.
"어, 어? 이거 어디서 났어??"
"내가 열심히 돈 벌어서 샀다. 설마 내일 축제 날에도 다 해진 그 원피스 입고 가려는 건 아니겠지?"
마녀는 소년의 말을 듣고 자신이 입고 있던 원피스를 내려보았어. 어린 나이에 돈을 벌며 지내오느라 항상 소박한 삶을 살던 탓에 예쁜 옷을 사볼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거든.
"작년까지만 해도 이 옷 입고 갔는데 뭘..."
"그건 작년이고, 나도 이제 열 일곱이니까 일 할 수 있다고."
"아구 기특해~ 이게 자식 독립 시키는 부모 마음이려나."
"내가 네 아들이냐!!!"
"아들 급으로 키웠지?"
아니 그건... 소년은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지 씨익거리며 이불 위에 풀썩 누웠어.
드디어 다음 날! 축제 날이 다가왔어. 마녀는 소년에게 선물 받은 원피스를 입고, 소년은 남은 돈으로 자신의 옷도 산 것인지 마녀의 원피스보단 예쁘지 않지만 단정하고 멋진 옷이였지.
"우라라카 씨! 웬일이야? 오늘 예쁘게 꾸몄는데?"
"바쿠고도 멋있게 입었네!"
"이야~ 우라라카 씨 참 곱다. 우리 며느리로 딱인데!"
"우리 집 동글이 넘보지 마라."
소년은 마을 사람들의 말에 샘이라도 났는지 마녀의 어깨를 감싸고는 축제의 장으로 향했어.
많은 마을 사람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꾸며서 그런지 마을의 모습은 아주 예뻤어. 이상하게 전보다 더 아름다운 기분이 들었지. 여기저기서 맛있는 냄새가 나고, 신나는 노래가 들려오고 마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어. 누가 봐도 참 행복해 보인다는 감상 평을 늘어놓겠지.
그때, 노래의 분위기가 바뀌더니 사람들이 하나둘 씩 짝을 지어 춤을 추기 시작했어. 이 마을의 풍습이었지, 축제 날에 남녀가 한 쌍을 지어 춤을 추는 것.
그런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얌전히 바라만 보던 소년이 마녀에게 손을 내밀었어.
"동글이, 춤이라도 출까?"
"엣, 내가?"
"어. 이왕 예쁘게 입은 김에 춤이라도 춰야지."
"응, 좋아!"
마녀는 소년이 내민 손을 잡았고 둘은 천천히 춤을 추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발을 맞추며 천천히 춤을 추기 시작하였지.
둘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어. 어느 연인에게도 지지 않을 모습이었지. 마을 사람들도 모두 입을 모아 칭찬했고 말이야.
"...우라라카."
"응? 웬일이야, 이름을 다 불러주고."
"내가, 3년 뒤에 성년이 되면 말이야.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거든."
"무슨 말? 지금 해주면 안 돼?"
"어, 안 돼. 성년이 되고 난 후 할 거야. 지금 하면, 네가 무조건 거절할 거거든."
"뭔데? 설마... 진짜 독립이라도 하려고!?"
"그런 거 아니거든!!"
"푸핫- 알았어, 알았어."
"...아무튼, 성년이 되는 날 꼭--"
꺄아악!!!!!!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던 소년의 목소리 뒤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어.
"부, 불이야!!"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고, 그 외침 후에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었어. 마을 사람들은 모두 불이 난 곳에서 반대쪽으로 달려갔고, 아름다웠던 마을의 축제는 한 순간에 공포로 바뀌어 버렸어.
마을에 난 큰 불을 마녀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소년은 그런 마녀의 손을 덥석 잡고는 자신들의 집 방향으로 달려갔어. 그제야 정신이 든 마녀는 소년을 멈춰 세웠지.
"안 돼, 마을 사람들을 도와야 해!"
"무슨 소리야, 저 큰 불을 무슨 수로 끄려고!"
"그럼 저렇게 내버려 둬? 저 정도 크기면 얼마 안 돼서 마을이 다 불길에 휩싸일 거야. 사람들의 힘으론 부족해, 내가 도와야...!"
"정신 차려!! 너, 마법 쓰면 사람들한테 들켜.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그래도 난 도울 거야. 죽는다 하더라도."
그 말을 남기고 가까운 우물로 달려갔어. 마녀가 우물 속 물의 표면을 손으로 만지자 많은 양의 물이 순식간에 공중으로 떠올랐고, 마녀는 그 물을 가지고 불길을 향해 달렸어. 열심히 물을 퍼 나르던 사람들은 마녀의 모습에 놀라 멈췄고, 마녀의 손길 한 번에 커다란 불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어.
불이 전부 꺼지고 마을에 정적이 찾아온 그 순간, 누군가 소리쳤어.
"마, 마, 마녀다!!!!"
그 후 조용했던 마을에 하나둘씩 목소리가 떠오르기 시작했어.
"방금... 물이 공중에 떠있던 거 맞지..."
"분명 마법이야, 우라라카 씨가... 마법을 썼어..."
"그럼 여태까지 사람인 척 하고 우리 곁에 있던 거야? 마녀가...?"
겁에 질린 사람들이 수근수근 거릴 때, 누군가 마녀에게 돌을 던졌어.
"마녀 잡아라!!"
잡아!! 잡아라!! 누군가는 손에 돌을 쥐고, 누군가는 낫을 들고 마녀에게 달려들었지.
순식간에 돌변한 사람들의 태도에 놀란 마녀는 충격을 받아 그대로 굳어버렸고, 순식간에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혀 묶여버렸어.
한 순간에 마을의 축제는 마녀 사냥으로 바뀌어 버린 거지.
정말 짧은 시간이었어. 영화도 이렇게 만들었다면 급 전개라고 욕먹었을 지도 모르지.
마녀는 밧줄에 꽁꽁 묶인 채 형벌대에 올랐고, 몇몇 사람들은 화형을 준비하고 있었어.
그리고 그 때,
"그만둬!! 다들 미쳤어? 저 사람 아니었으면 이 마을 통째로 불에 타 사라졌을 거야. 저 녀석이 네놈들 생명의 은인이라고!!"
소년이 말했어. 흥분했는지 붉어진 얼굴과 거친 숨, 식은 땀을 흘리고 눈엔 조금의 눈물이 맺힌 상태로.
하지만 그런 소년의 진심된 말에도 사람들은 설득되지 않았어. 그저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것만 믿고 있는 거지.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소년은 마을 이장의 멱을 쥐곤 소리를 질렀어.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소년에게 달려들어 팔을 잡고 멀리 떨어트려 놨어.
"어쩜... 마녀에게 제대로 홀렸나 봐요."
"그러게 말이야. 어쩐지 장난기 많은 아이가 우라라카 씨 말은 잘 듣는가 싶었는데..."
"닥쳐... 함부로 짓껄이지--!"
퍽. 소리와 함께 소년은 정신을 잃었어. 계속되는 소란에 결국 기절을 시켜버린 거야.
결국 소년은 마녀의 화형을 막지 못하였어. 마녀의 주위에 기름을 뿌린 사람들은 죽어라를 외치며 손에 들고 있던 횃불을 던졌고, 하늘도 참 잔인하지. 그 순간 소년의 눈이 서서히 떠지기 시작했어. 소년이 눈을 뜨자마자 보인 광경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 밧줄에 묶인 채 서있던 마녀였겠지.
소년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어. 방금처럼 사람들에게 화를 내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절망하지도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었어.
그리고 그런 소년과 눈을 마주친 마녀는 소년에게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작게 움직였어. 거리가 있는 탓에 들리지도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지만 소년은 마녀가 하고 싶어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어.
"행복해야 해. 그리고-"
마녀가 마지막 말을 전하려는 찰나, 갑자기 커진 불길에 가려져 소년은 마녀의 모습을 보지 못하였어. 이 불길이 꺼지고 난 후에도. 소년을 기다리던 건 흔적도 없이 바람에 날아가 버린 재였으니까.
화형이 모두 끝난 후, 사람들은 마녀가 살던 집도 불쾌하다며 태우자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 그 이야기를 들은 소년은 이성을 잃고, 마녀 앞에선 보여주지 못했던. 첫만남 보다 커진 늑대의 모습으로 변해버렸어. 난생 처음 열심히 일하여 번 돈으로 산 옷도 모두 찢어버리고, 인간인 자신의 모습보다 몇 배는 더 큰 모습으로.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뿔뿔이 흩어져 도망갔어. 즐거운 축제의 현장이었던 마을은, 불 타 남은 재의 냄새와 슬픈 소년의 울부짖음 밖에 남지 않았어.
그리고 수년이 흐른 지금, 마을엔 그 누구도 남아있지 않았어. 마을은 어느새 저주 받은 마을로 소문이 자자하였고, 늑대인간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 탓에 그 누구도 가까이 올 수 없었거든. 유일하게 남아있는 사람은 단 하나, 마을보다 조금 먼 곳에 떨어져 있는 작은 오두막 속 금발의 머리를 한 청년밖에 없었어.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늦가을만 되면 그 누구보다 큰 슬픔에 사로잡힌 상태로.
어느덧 이번 해에도 늦가을이 찾아왔어. 10월에서 11월로 넘어갈 즈음.
하지만 이번엔 달랐어. 몇 년 간 조용했던 숲 속에 따뜻한 바람 소리가 들려왔어. 마치 슬퍼하는 청년을 달래주듯이,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듯이.
청년은 이 슬픔을 잊으려 잠을 청하다가 바람 소리를 듣고는 무언가에 홀린 듯 문을 열었어. 그리고 그 문 앞에는.
그가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렸던, 3년 전 자신의 눈 앞에서 사라져버린 마녀가 서있었어.
"오랜만이야, 바쿠고 군."
"... ...너..."
"성년이 되면 나에게 보여주기로 했잖아? 늑대의 모습."
"...하, 너도 약속 안 지켜 놓고는..."
"그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지금이라도 알려주려고, 내 비밀."
"...그딴 거, 이젠 궁금하지도 않으니까 1분이라도 더 많이 내 곁에 있어."
"오늘이 끝나면 가야 해.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라도 하지 않을래?"
"필요 없다니까. 그냥, 네가 내 곁에 있다는 사실만 있으면 돼."
언뜻 보면 아무런 감정 없는 이야기 같지만, 둘의 눈엔 눈물과 입엔 미소가 걸린 상태로. 누구보다 슬프고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어.
"오늘의 마녀 이야기는 끝-!"
"그런데 엄마, 마녀 이름은 왜 엄마 이름이랑 똑같고 늑대인간 이름은 왜 아빠 이름이랑 똑같아?"
"으음- 그건 비밀?"
"이게 뭐 좋은 이야기라고 애들한테 말해주고 있냐, 망할 동글이."
"헤헤- 하지만 한번 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다고!"
"주접 부리긴. 밥 다 됐으니까 앉아라."
"네에 카츠키 여보~"
"씨발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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