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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오랜턴

​카미나리 덴키 x 지로 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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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는 어둑어둑한 창 밖으로 분장한 아이들이 장난끼 가득한 웃음을 띤 것을 보았다. 그리고는 오늘 할로윈이구나하면서 어느 바랜 한 추억에 생각이 잠겼다. 
 
한 10년 전 지로도 창 밖의 아이들처럼 할로윈에 들떠서 다른 아이들처럼 분장하고 돌아다녔었다. 하지만 그렇게 즐기다가 어느새 인파에 휩쓸려 길을 잃고 말았다. 지로는 아직 어렸던지라 미아가 된 것이 마냥 무서워 털썩 주저앉아 작은 눈물이 두 눈가에 맺혔다. 근데 그렇게 울고 있는 지로에게 한 노랑머리의 남자아이가 다가왔다. 
 
"너 왜 울어?"
 
 
지로는 길을 잃었다면서 울음을 여전히 멈추지 않았는데 그런 지로를 보고 그 아이는 뭐야 그게 울 일이야라고 했다.지로는 그렇게 울었다가도 막상 그 아이를 처음 보는 것 같아 근데 넌 누구야하고 물었다.
 
 
그 아이는 나? 아 난 여기 온지 얼마 안 됐어 카미나리야라고 해 이러면서 웃는데 지로는 그런 카미나리를 보고 그냥 그렇구나 하면서 넘겼다. 카미나리는 지로에게 이름을 물었다. 그렇게 둘은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되고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기 시작했다 지로는 얘기를 하면서 아까보다는 기분이 한결 나아졌지만 집에 못 돌아가지는 않을까는 한편의 불안함에 여전히 표정이 그렇게 많이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그런 침울한 지로를 알아챈 카미나리는 있지 내가 뭐 보여줄게라고 말을 건넸다. 지로는 뭐지 하며 궁금해했다. 카미나리는 짠하면서 빈 잭오랜턴을 보여줬는데 지로는 그걸 보곤 바로 직설적으로 이건 지금 어딜가나 널린 거잖아 그리고 이 호박 얼굴 너랑 뭔가 닮았어라고 했다. 카미나리는 그거 무슨 뜻이냐며 표정이 뚱했다. 지로는 속으로 바보같은 느낌이라고 말할까 했는데 하면 더 삐질 것 같아 말은 안 하기로 했다. 대신 아니 그냥 뭐 개성 있어 보인다라고 답했다. 단순한 카미나리는 그런 대답에 그치그치 역시 날 닮아서 멋지다니까라며 혼자 신이 났다. 지로는 그런 단순한 모습이 웃겨서 피식피식 웃었다. 카미나리는 뭐야 너 왜 웃는 거야하며물었다. 지로는 아니 너 재밌는 애 같아라면 여전히 웃었다. 카미나리는 지로의 웃는 얼굴을 보고는 웃는 얼굴이 훨씬 낫네 속으로 생각하면서 지로한테 너 설마 내가 이것만 보여주려고 꺼낸 거라 생각했어라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지로는 대체 뭘 보여주려고 저러는 건가 생각했다.
 
 생각보다 미적지근한 반응에 카미나리는 잠깐 머쓱했다가 보고 놀라지나마 하면서 손가락을 튕겨 잭오랜턴에 화르르 불을 밝혔다. 지로는 그걸 보고 뭐야 너 지금 아무 불도 없이 어떻게 킨 거야라면 놀랬다. 카미나리는 어때 굉장하지이러는데 지로는 뭔가 의심스러워서 무슨 속임수 쓴 거 아냐라고했는데 카미나리는 아 진짜 너무 한 거 아냐 내가 한 거라고 여태껏 속고만 살았어라고 말했다. 여전히 의심하는 지로의 눈치에 카미나리는 그러면 다른 것도 보여줄게 하면 손으로 허공에 지로 이름을 적었다. 그러더니 지로의 이름이 찌릿찌릿한 전기로 환하게 빛이 났다. 카미나리는 지로에게 이제는 믿을 거야 하는데 지로는 너무 놀라서 말이 없다가 너 대체 정체가 뭐야라고 물었다. 카미나리는 글쎄 뭐 마법사라고 해둘까라며 씩 웃었다. 그리고는 지로한테 지로 이제 슬슬 돌아가야지 않냐고 물었다. 지로가 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모르는데 어떻게 가라며 의기소침해졌다. 카미나리는 그런 지로를 보곤 말 없이 웃다가 여전히 밝은 잭오랜턴을 내밀면서 저쪽으로 쭉 가면 너네 집 나올 거야라고 말했다. 지로는 뭐?라며 좀  미심쩍은 반응을 보였지만 그래도 카미나리의 말을 믿어 보기로 하고 건넨 등을 받았다 그리고 카미나리한테 고마워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때 카미나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지로는 뭐야 말도 없이하면서 아쉬워했다. 그렇게 아쉬워한 채로  카미나리가 말한 방향으로 발걸음을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니 정말로 어느샌가 집에 도착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잭오랜턴의 빛은 바로 꺼져버렸다. 지로는 걘 대체 뭐지 하며 밤하늘을 쳐다봤다. 
 
지로는 그런 옛 추억에 잠겨있으면서 방 걘 지금 뭐 하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10년 전 그 잭오랜턴을 매만졌다. 그 날 이후 똑같은 장소에 몇 번이고 다시 가봤지만 카미나리를 다시는 볼 수가 없었다. 카미나리의 흔적이라고 남아있는 건 빛이 꺼져버린 잭오랜턴 밖에 없었다. 지로는 왠지 모르겠지만 이걸 갖고 있으면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왔다. 물론 본인이 생각해도 너무 말도 안 되고 유치한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을 마냥 덮을 수가 없어 쭉 가지고 있게 된 것이 어느덧 10년의 시간이 지나간 것이었다.
 
 랜턴을 볼 때마다 아직도 그 때의 카미나리의 표정이랑 목소리가 떠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긴 했지만 신기하게도 사라지지는 않았다. 지로는 랜턴을 또 다시 유심히 쳐다봤다. 사실 이걸 랜턴이라 부르기도 그랬다 왜냐하면 그 날 이후로 더이상 불이 들어오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빈 잭오랜턴을 보면 그 때의 카미나리의 노란머리가 계속 떠올랐다. 지금도 걘 머리가 노랄까하며 다시 랜턴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아무리 봐도 이 바보같은 표정은 정말 비슷하다니까 하면서 쿡쿡 웃다가 멍 때리고 있었는데 랜턴에 빛이 들어오는 동시에 소리가 들렸다. 
 
"화르륵"
 
지로는 뭐지하면서 랜턴을 봤는데 랜턴의 불이 켜진 것이었다. 지로는 내가 헛 걸 본 건가싶어서 눈을 비비고 다시 봤는데 랜턴에 불이 들어온 게 맞았다. 10년동안 빛이 한번도 없던 랜턴에 빛이 들어온 것이었다. 지로는 뭐지 싶어서 괜히 방 안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이번엔 창가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지로"

 
지로는 창가 쪽으로 누가 분명히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는데 방금 전 랜턴에 불이 들어온 것도 신경쓰여서 뭔가 좀 무서웠다. 아무래도 지금 자기가 환청을 듣는가 싶었다 하지만 또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아무리 무섭더라도 확인은 직접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지로는 창을 열어 창 밖으로 올려다 봤는데 카미나리가 있었다.
지로는 순간 꿈인가 싶었다.
 
"요!!지로!!!!


 
카미나리는 지로에게 우리 오랜만이지? 근데 넌 어떻게 변한 게 하나도 없냐 바로 알아봤잖아라고 어색해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말을 바로 건넸다.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한 아이를 눈 앞에서 다시 본 지로는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아 그렇네란 밋밋한 대답이 나왔다. 그런 순간의 어색함을 못 이긴 카미나리는 지로에게 인간 여자애들은 크면 더 귀여워진다고 그러던데 다 그런 건 아닌가봐라고 말했다.지로는 그 말을 듣자마자 귀여운 애가 아니라서 미안하게 됐네요라면 한 쪽 눈을 찡그린채 얘기했다 그리고 속으로는 뭐야 여전하잖아라며 생각했지만 한편으로 변하지 않은 카미나리의 모습에 왠지 안심이 되기도 했다. 카미나리는 어색함이 좀 풀린 건가 싶어 지로한테 농담이야 농담이라며 씩 웃는데 지로에게는 그런 카미나리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진 않았는 듯 했다.카미나리는 지로를 빤히 바라보면서 이제는 옛날처럼 울보는 아닌가 보네라고 말했다. 지로는 언제적 얘기를 하냐고 바로 답했다. 


 
카미나리는 뾰로통한 지로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이렇게 지로를 다시 오랜만에 본 게 좋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마음이 앞선 건지 모르겠지만 자기도 모르게 의식을 거치지 않고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지로는 나 안 보고 싶었어?"
지로를 바라 보며 물었다.
문득 자신이 말했으면서도 자기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건가 싶었다.
 
지로는 마냥 어릴 때의 장난끼는 없고 사뭇 진지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그 때의 어린 아이가 아닌 남자로 느껴지는 카미나리의 모습에 왠지 입은 안 떨어지고 얼굴만 달아올라지는 것을 느꼈다. 지로의 속에는 이런저런 말들이 와갔다. 나도 보고 싶었어, 그 날 이후로 잊은 적은 없었어 근데 지로는 이상하게 그 말들이 입 밖으로는 나오질 않았다. 왜였을까 그렇게 보고 싶어했었던 아이가 자기 눈 앞에 있는데 정말이지 이상했다. 그저 지금의 느끼는 걸 그대로 전하면 될 텐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말하지 못 하는 자신이 답답했다. 
 
카미나리는 귀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지로를 보고는 지로는 거짓말 하면 안 되겠다 하면 바로 들킬 타입이야라고 말하며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웃었다. 지로는 자기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워 괜히 뭐라는 거야하며 틱틱거렸다. 그렇게 둘은 틱틱거리다가도 웃으면서 10년 동안 나누지 못 했던 얘기들을 이래저래 자연스럽게 나눴다. 그렇게 얘기를 열띠다가 카마나리는 지로한테 오늘 할로윈인데 뭐 나 줄 거 없어하면 능청스럽게 말하다가 지로 방 안의 잭오랜턴을 보고는 혹시 저거 내가 줬던 거야하면서 손가락을 가리켰다. 지로는 왠지 부끄러웠지만 어라고 일단 대답을 했다. 카미나리는 지로도 역시 그동안 나 보고 싶었던 거구나라 말하며 웃었다. 그런 카미나리에게 지로는 차마 부정을 하진 못 하고 가만히 있었다.
 
카미나리는 지로를 보고 난 지로한테 줄 거 있는데라며 씩 웃었다. 지로는 뭔데라고 물었다. 카미나리는 지로 얼굴에 가까이 다가오면서 속삭였다.

 
"트릭 오어 트리트"
 
지로의 얼굴을 한 손으로 잡고는 가볍게 입을 맞췄다가 뗐다. 지로는 너무 놀라가지고 입을 두 손으로 자동적으로 가렸다. 나 오랫동안 기다려준 답례야라며 카미나리는 능청하게 말했다. 지로는 갑자기 뭐야!!!하면서 목소리가 커졌다. 카미나리는 지로 나 좋아하잖아 아니야?라고 물었다. 지로는 그런 직구에 또 말을 잇지 못 하다가 겨우 말을 이었다 싫어하진 않아라고 작게 말 했다. 카미나리는 그런 새침한 지로가 귀여워서 지로는 진짜 솔직하지 못하구나 바로 드러나는 얼굴처럼 솔직하면 좋을 텐데라며 지로를 놀렸다. 지로는 놀리지마라며 카미나리를 찡그리며 쳐다봤다. 카미나리는 새침데기 지로씨 오랜만에 만났는데 한번 더 어때요 하면서 다가왔다. 지로는 능글스러운 카미나리에 한 발 뒤로 주춤하면서 뭘 말이야라고 작게 대답했다. 카미나리는 한쪽 눈을 반쯤 감으면서 아까 하던 거 말이에요 아까 건 너무 짧았잖아라고 말했다. 지로는 그런 능글맞은 카미나리에 못 이겨 그러던지 그럼이라고 대답했다.
 
그 날 밤의 일은 지로와 카미나리 그리고 방 안의 잭오랜턴만 아는 어느 할로윈 날의 셋의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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